르메르의 최고 히트 제품,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범백이라고 해야겠지만,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범백만큼이나 르메르만의 무드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스티치가 전혀 없이 매끄럽고 둥글둥글한 쉐입의 르메르 가방들이다. 누가 봐도 르메르 제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만큼이나 ‘르메르 매니아’라면 하나쯤 눈여겨본 제품이 있을 것. 이 제품들은 모두 베지터블 가죽을 물에 적신 뒤 미리 제작된 틀 모양대로 천천히 말리는 물성형 공법에, 스티치가 없는 심리스 기법으로 마감하여 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만들어진다.
가죽의 본고장 이태리의 감성이 담긴 Il bussetto x Lemaire
14년도, 르메르에서 카트리지백을 출시한다. ‘일 부세토’ 라는 이태리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가방은 각진 봉투? 상자 모양의 카트리지 클러치와 둥글둥글한 원형 미니백, 두가지 모두 앞서 말한 물성형한 가죽과 심리스 공법을 이용해 제작된 제품이다. 현재는 단종되어 구매하고자 할때는 중고매물로 찾아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르메르 매니아들이 찾는 제품이라 금새 품절되버린다.
일 부세토는 이태리 가죽과 친환경 소재만을 이용해 모든 제품을 40여명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이태리 전통 가죽 브랜드이다. 르메르에서 구매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면 ‘일 부세토’에서 공홈을 방문해보자. 르메르와 함께 출시 했던 디자인 외에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 부세토(il bussetto) 공식 홈페이지 구경하러 가기 →
르메르가 장인의 예술 작품이라 부르는, Carlos Peñafiel x Lemaire
칠레 출신의 조각가이자 아티스트 Carlos Peñafiel(카를로스 페냐피엘)과 함께 19FW에 선보인 카를로스 백도 빼놓을 수 없다. 르메르의 가방군 중 가장 고가인 카를로스백은 조개 껍데기 모양의 쉐입으로 지금까지 어떤 다른 브랜드의 제품에서 보지 못한 특별한 디자인과 텍스쳐를 갖고 있다. 르메르는 이 가방에 대해 “An artisanal work of art” 라고 소개한다.
페이스북에서 쉽게 카를로스의 다른 가죽 작품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예술가 맞네..) 왼쪽 위 방향을 보면 카를로스백과 닮은 조개모양의 동전지갑 부터.. 나머지 상상하는 그거 맞네요. (카를로스 작품 순한 맛 = 르메르 가방..) 특히 저 가슴모양의 동전지갑을 보고, 문득 몇년 전 르메르 컬렉션에서 본 것 같은데..
놀랍게도 르메르가 그와 함께 하기 시작한건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메르 매니아라면 15년 컬렉션에서 보았던 저 가슴과 엉덩이 가방을 기억할 지 모른다. 과감(?)한 디자인 때문인지, 컬렉션 이후 제품 정보나 판매처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을 보면 컬렉션 피스 외에 상업적으로 생산되지 않았거나, 극소량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 못구한다고 하니 하나쯤 갖고 싶다. 일상에서 사용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괘씸하게도 나보다 가방이 크ㄴ…) 소장가치는 충분하니까.
그리고 몇년 뒤 르메르는 그에 대한 존경과 찬사의 의미를 담아 ‘Carlos Bag’ 을 출시했고, 카를로스는 르메르 19FW 컬렉션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Carlos Bag’ 을 들고 런웨이를 걷게 된다.
Ubrique x Lemaire
스페인의 남쪽에 위치한 가죽 세공으로 유명한 마을 Ubrique, 이곳의 가죽 공방 한쪽에는 은퇴하는 장인들의 망치 수백개가 메달려 있다고 한다. 르메르의 시그니처 ‘에그백’을 비롯한 몇가지 제품들이 이곳에서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생산되고 있다.
이에 이어 21년에는 5가지의 새로운 몰디드 라인을 런칭했는데, 키 홀더, 휴대폰 홀더, 담배 홀더, 카드 홀더 그리고 타코백 이렇게 5가지 제품을 출시했고, 휴대폰 홀더를 제외한 4가지 제품은 현재까지 공홈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또한 제품 생산과정을 담은 스토리와 영상을 볼 수 있다.
르메르 Egg bag 과 The new molded leather goods 에 대한 이야기 보러가기 →
르메르는 지속적으로 아티스트, 장인들과 끈임 없이 소통하고 협업하며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르메르로 인해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아티스트, 브랜드를 알게 되는 것을 보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실감 하기도 한다. 그러나 르메르는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가장 지혜로운 방식으로 협업하고 상생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르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