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애매한 경계,
그 어디 쯤 프라다?
명품의 기준이 무엇일까.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즐비한 온라인 편집숍을 둘러 보다보면, 소위 명품이라 할만한 브랜드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핫한 신예 디자이너 브랜드가 전통있는 명실상부 백화점 명품관 브랜드보다 훨씬 존재감이 돋보이기도 하니까. 사실 명품이라는 것이 누군가 명확한 기준을 정해둔 것도 아니며, 관심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명품 패션상품이 그저 사치품일 뿐 이기도 하다. 프라다가 명품인지 아닌지 그렇게 열을 낼 필요도 없다. 그럼 지극히 개인적으로 돌아가서, 나만의 기준은 뭐지? 소위 예술의 영역이라 불리는 오뜨꾸뛰르 라인을 가지고 있는가? 좀더 쉽게 백화점 명품브랜드 층에 입점해있는가?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일시불로 구매하기 부담되는 가격대라면? 그 어떤 기준을 갖다 들이대도 샤넬이나 에르메스 같은 하이엔드 럭셔리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 “프라다” 라면 대답이 무엇일까?
프라다하면 ,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 영화는 언제 봐도 눈이 즐겁다. 물론 내용도 꽤나 재밌다. 주인공들의 패션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물론 지금보면 굉장히 철지난 유행이지만, 유행을 거스르고 싶을 만큼 멋진 착장이나, 두고두고 참고해도 좋을 클래식한 스타일이 많이 나온다.) 미묘한 여자들끼리의 신경전을 보는 재미도 있고, 한치 흐트러짐 없는 안나 편집장의 모습과 점차 그녀로부터 인정받게 되는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 같은 내용은 많은 여성의 심장을 뛰게 한다. 근데 잠깐, 정말 일까? 악마라 불리는 안나 편집장이 사랑한다는 “프라다” 스크린에서 눈길을 끌던 그 화려한 의상들은 프라다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데, 영화 제목에 붙을 만큼 특별한 “프라다”가 궁금해진다. 왜 그녀는 그토록 프라다를 사랑했을까.
오뜨꾸뛰르(Haute couture)란. 패션의 본고장 오직 파리에서만, 그것도 샤넬, 발렌티노, 펜디, 마르지엘라 등의 소수의 회원만 선보인다는 기성복이 아닌 장인의 예술작품에 버금가는 작품을 선보이는 컬렉션 라인을 말한다. 참고로 이와 반대되는 의미의 실생활에서 착용할 수 있는 기성복라인을 프레타포르테, 또는 레디투웨어라고 칭한다.
어쨋든 재밌는 것은, 영화 제목 속의 “프라다”는 오뜨꾸뛰르 회원도 아니다. (물론 아닌 명품 브랜드가 훨씬 많다.) 누군가는 누가뭐래도 이태리를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라고 하겠지만, 솔직히 프라다에 대해 대중이 갖는 이미지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해 캐주얼하고 진입장벽이 낮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프라다의 인기 제품이라고 하면, 프라다 바람막이, 프라다 나일론백, 프라다 스니커즈. 이런 나일론 제품이나, 빨간 로고의 스포츠 라인의 애슬웨어 제품들이 떠오른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구글에서 프라다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프라다 명품인가요” 라는 키워드가 나온다. 많은 사람이 이 논란에 공감하는 것 같다. 글쎄, 진귀하고 희소성 있는 최고급 소재를 고집해야만 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프라다에 열광하고 프라다의 역삼각 로고가 박힌 나일론 소재의 악세사리와 의류를 구매하기 위해 많게는 수백만원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맞다. 사람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프라다를 열망한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그 뿐이다.
프라다의 실용적인 소재로
엿보는 미우치아의 ‘프라다 정신’
프라다는 다른 명품 하우스들의 장인정신, 희소성, 최고급 소재.. 프라다는 이런 것 들과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 프라다의 시그니처 블랙컬러와 가벼운 소재, 길게 늘어뜨린 허리 끈 원피스, 고무줄 스트링 같은 디테일들은 가장 실용적이지만 세련됨으로 우리를 도시에 어울리는 현대인으로 존재하게 만들어준다.
사실 맨 초창기의 프라다 또한 여느 럭셔리 브랜드와 같이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라인석, 거북이 등껍질 같은 희귀한 소재와 최고급 품질의 가죽을 취급하는 회사로 시작했으나, 미우치아 프라다가 가업을 이어 받으면서 지금의 프라다 스타일과 그만의 철학이 만들어진다. 패션이 아닌 정치학을 전공했다는 그녀는 가죽소재의 가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낙하산과 텐트에 사용되던 나일론 소재로 가방을 만든다. 당시 보통 나일론 소재는 가방을 보호하기 위해 감쌀 때 사용됬다고 하니, 얼마나 신선한 접근인지 감이 오는가. 이때 런칭했던 나일론 소재의 가방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출시된 가방의 디자인이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프라다 테수토 호보백과 견주어도 제품이 주는 느낌이 다르지 않다. 일본과 유럽의 빈티지 숍들에 가면, 100년이 지나도 썪지 않는다는 나일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프라다의 나일론 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의 빈티지숍은 프라다 나일론 제품이 씨가 말랐다.)
프라다는 ‘프라다 스포츠’ 라인의 컬렉션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에게 운동화를 신겼다. 이것은 패션쇼 역사상 최초라고 한다. (솔직히 ‘발리에서 생긴 일’ 의 조인성이 제일 먼저 신은 줄 알았다.) 당시 프라다의 스니커즈는 큰 히트를 쳤다.
또 프라다의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소재로 사피아노 가죽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예전만큼의 인기는 시들었지만, 라떼는 사피아노 가죽이라면 출퇴근길 2호선 지하철도, 비오는 날 머리에 뒤집어 쓰는 것도 문제없었다. 휴가철 아울렛에 들러 필수로 하나씩 업어 오던 프라다 사피아노 백. 전국 직장인 여성과 여대생 위시템이 아니었는가. 물론 300만 학자금 대출 채무자 중 하나였던 나는 민트색 나이키 슈즈에 에코백만 들었었다.
프라다가 만들어온 제품들을 보면 프라다의 실용주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이 다른 럭셔리 브랜드가 넘볼 수 없는 프라다만이 영유하고 있는 고유 영역인 셈이다.
오직 프라다만 할 수 있는 것,
합성섬유에서 럭셔리 제품으로.
20년도 선보인 프라다의 “리나일론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크다. 프라다만의 스타일을 다시 한번 주입시키고 동시에 환경문제가 화두인 요즘, 프라다가 “지속가능한 패션”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한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리나일론 프로젝트란, 프라다의 나일론 소재가 사용되는 모든 라인을 에코닐이라는 재활용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다. 에코닐이란, ‘에코’ 와 ‘나일론’ 의 의미가 합해진 용어로 폐기물을 공정해 재활용한 신소재이다. 에코닐 소재의 프라다 제품엔 ‘리나일론’이라는 라벨을 볼 수 있다. 참고로 기존의 ‘나일론’ 소재와 이를 대체한 ‘에코닐’ 소재는 보통 사람의 육안이나 촉감으로는 분간이 어려우므로 기존의 프라다 매니아들은 프라다만이 갖던 무드가 변하진 않았을지 걱정 할 필요는 전혀 없다.
프라다는 오리지널 호보백 디자인에 이러한 신소재를 이용해 리에디션을 출시했다.
캐주얼한 웨어에 가볍게 들고 싶은, 아껴쓰지 않고 끄떡없는 프라다의 나일론 백 착용샷을 모아보았다.
그 어떤 가죽백보다 오래갈 프라다의 나일론을 소장해보는 건 어떨까. 블랙 컬러는 그 어떤 편안한 룩에도 스타일을 한층 더해줄것이며, 컬러감 있는 제품은 당신을 영해 보이게 해줄 것이다.
추천 검색어
- 프라다 사피아노
- 프라다 나일론
- 프라다 스포츠 백팩
- 프라다 리나일론
- 프라다 호보백
- 프라다 테수토
- 프라다 클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