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하우스 저마다 내세울만한 시그니쳐 백이 있고, 전성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열광과 충성을 오랜시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에르메스의 버킨백, 샤넬의 2.55백 같은 제품이 바로 그런 제품이다. 클래식의 대명사가 되었고,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자, 한번쯤 갖고 싶은 제품, 심플하고 클래식한 미학을 고수한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백은 호화로운 디자인으로 끊임 없이 변주되고 재창조되는, 그 어떤 가방보다 예측불가하며 재미있는 말괄량이 같은 매력을 가진 가방이다. 이름하여 펜디 바게트백.
FENDI의 아이코닉,
‘바게트’의 탄생
1925년 모피 브랜드로 시작된 FENDI는 무겁고 사치스러운, 무엇보다 중년 여성들의 전유물인 모피 브랜드의 이미지를 변화 시키는데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1965년 Karl Lagerfeld를 영입하고 그는 모피를 가볍고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 했으며 FENDI는 점차 의류, 악세사리, 가방 그리고 향수 까지 런칭하며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리고 1994년, 창업주의 손녀 Silvia Fendi가 FENDI에 합류했고, 그녀는 가볍고 실용적인 백에 대한 고민 끝에 마침내 “바게트 백”을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참고로 그녀는 이후 피카부 백까지 연달아 성공시킨다. 한마디로 FENDI의 시그니처인 바게트백과 피카부 모두 그녀가 디자인했다.)
사실 1990년대까지도 미니멀리즘이 대세였고 패션계에서는 저마다의 뮤즈 이름을 딴 에르메스의 버킨, 켈리, 구찌의 재키 같은 커다란 빅백이 유행이었다. 이를 보란듯이 역행하는 가방이 바로 1997년 등장한 FENDI의 바게트 백이었다. 작은 사이즈에 짧은 숄더끈, 그리고 더블 F 로고(zucca 라고도 부른다.) 모양의 버클로 만들어진 이 미니사이즈의 가방을 바게트빵처럼 어깨 아래 겨드랑이에 바짝 메고 다닌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역시 빵은..어떤 이유에서든 영감을 준다..-빵순-) 잊지 마시라. 바게트 백은 겨드랑이 사이에 바짝 메는 것이 국룰이다.
역사상 최초의
‘it bag’ 타이틀을 거머쥐다
재밌는 점은 사실 바게트백의 유행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샘플 마케팅의 예시라는 것이다. FENDI는 바게트백이 출시되기 전, 뉴욕에서 패션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샘플 세일을 열고 작은 사이즈의 가방을 무려 50불에 수량제한 없이 판매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뉴욕 전역은 물론 유럽의 패션위크 까지 퍼져 나가며 자연스럽게 바게트 백은 패션피플들이 드는 가방이 됬다고. 곧 바게트 백 열풍이 불며 미국과 유럽 거리 전역에 너도 나도 한손에는 휴대전화, 다른쪽 어깨엔 바게트 백을 매고 거리를 활보하게 된다.
또 유명한 셀럽들 사이에서도 바게트백을 디자인별로 수집하는 것이 유행일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당시에 최고 인기였던 미드 ‘Sex and the city’ 의 주인공 캐리가 길에서 만난 강도에게 이건 가방이 아니라며 “it is a baguette” 라고 말하는 장면은 바게트백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줬던, 바게트백을 이야기 하면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에피소드이다. 참고로 19년도에 펜디는 당시 방송에 등장했던 보라색 스팽글 바게트백을 재출시 하기도 했다. (바게트 백은 어깨에 끼는 맛인데 요즘 나오는 크로스백 버전의 스트랩이 달린 버전은 그 맛이 안산다..스트랩은 집에서 요가밴드 같은 걸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시 한번 잊지 마시라. 바게트 백은 겨드랑이 사이에 바짝 메는 것이 국룰이다. )
이렇게 수많은 패션피플와 셀럽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바게트백은 세상에 나온지 불과 두시즌도 되지 않아 역사상 최초의 ‘it bag’의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90년대의 아이코닉 백 반열에 오른다.
FENDI가 정의하는
“진짜 리미티드 에디션”
특히나 요즘같이 한정판 스니커즈에 집착하는 분위기에서 “진짜 리미티드 에디션”이란 무엇일까? 언제든 다시 구매할 수 있는 바게트백이 있는가하면, 그보다 더 특별한 바게트백 들이 있다. FENDI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장인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물론 명품백 중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가방이 어디에 있겠냐만은 FENDI의 Baguette는 조금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수십년동안 한가지 아이덴티티만을 지켜나가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펜디 바게트 백은 매번 소재부터 디테일까지 재해석하고 매번 다른 메세지를 담고 있다.수작업으로 완성되어온 FENDI의 아카이브를 통해 그 안에 담겨있는 메세지를 읽어보자.
이태리의 수준높은 직조기술로 탄생한, 벨벳과 실크의 우아한 앙상블. 앞서 바게트백의 공식적인 첫 출시 당시 오직 수작업으로 극소량 제작됬던 고가의 라인을 언급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무려 10년 동안이나 펜디와 협업해온 회사가 있다. 이태리의 수준 높은 실크 직조 기술을 가진 Fondazionelisio는 펜디와 1997년 부터 2007년까지 의미있는 컬렉션을 함께 만들어왔다. 1997년 첫번째 벨벳과 실크 소재의 바게트백을 만드는 과정이 담긴 비디오를 펜디 유투브에서 직접 볼 수 있다.
특히나 요즘같이 한정판 스니커즈에 집착하는 분위기에서 “진짜 리미티드 에디션”이란 무엇일까? 언제든 다시 구매할 수 있는 바게트백이 있는가하면, 그보다 더 특별한 바게트백 들이 있다. FENDI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장인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물론 명품백 중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가방이 어디에 있겠냐만은 FENDI의 Baguette는 조금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수십년동안 한가지 아이덴티Fondazionelisio의 공식 홈페이지를 가보면, 1997년 부터 2007년 까지의 아카이브가 한눈에 소개되어 있다. 구글 번역을 이용해 쉽게 제품의 정보, 사진, 제작 시기, 그리고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실크와 자수라는 요소에서 동양미가 느껴진다. 실크만이 가지고 있는 고급진 느낌을 좋아하거나 자유로운 히피의 감성 매니아라면 눈길이 갈만 한 제품들로, 모두 극소량 제작되어 이제는 잘 보관된 제품은 구하기 어려울 뿐더러 세컨핸드 제품이라해도 가격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눈여겨 봐두자. (왼쪽 맨 아래 JUNGLE FEVER..에디터 픽…메모…)
Hand in hand project 이태리 전국 각지의 20명의 장인들이 해석하는 펜디 바게트백. 2019년 FENDI는 이태리 전역의 20개 지역을 대표하는 장인들과 함께 Hand in hand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각지의 유서깊은 가문의 장인들이 ‘바게트’를 재해석해 오로지 수작업 기술로 단순히 핸드백이 아닌 진정한 오브제 예술로 탈바꿈 시킨다. 실제로 이 20개의 디자인은 딱 20개씩만 생산되었다.
FENDI는 2021년 11월, 로마의 Palazzo della Civiltà Italiana에서 Hand in Hand 작품들을 전시한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한 게 아닌, 각 작품이 만들어지기 까지 과정과 그 주역들을 기념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치고 싶다.ibrium를 통해 환경과 사람을 위해 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저는 각기 다른 이탈리아 지역에서 선별된 이탈리아 장인들과 함께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예는 2020-2021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선보인 가죽 바게트 백입니다. 토스카나에서 보통 작은 가죽제품을 소량으로 모두 손으로 만드는 남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는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듭니다. 베지터블 가죽으로 제작되어 아주 자연스럽고 봉제 없이 접착만 되어 있습니다. 지금 제 목표는 모든 이탈리아 지역을 탐험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하고 있는 최고의 장인을 선택한 다음 전 세계적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
실비아 벤츄리니 펜디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특히나 보여주고 싶은 시각적인 자료가 굉장히 많았다. 구글에 “fendi hand in hand exhibition” 를 검색하면 더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다. 20개의 작품 모두 구경해 보기를 바란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느껴진다. 장인들끼리 자존심을 걸고 피 튀기게 한 듯…
“Fendistrong은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미래를 위한 연로라고 믿어요. 영원히.” 끝판왕은 직접 만드는 바게트 백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품 상세페이지에 Made in Italy 라고 적혀있다. 그렇다, 내가 자수를 꿰매는 순간, 이 이태리 감성의 잇백의 출신이 바뀌는 순간이 된다. 어릴 적 가정시간에 좀 날렸다 하는 사람 외에 함부로 도전하지 말 것.
실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안했다.. 아무튼 우리는 이태리 장인정신으로 완성된 완제품을 구매하기로..하지만 이 제품들이야 말로 펜디 바게트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담겨있어서 소개하고 싶었다. 그리고 기발하니까. 하지만 내돈내산은 신중하길. (무려 2008-09년 출시 당시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며 욕도 먹었지만, 지금까지 굳건하게 판매되고 있다..ㅎ)
FENDI의 조금 특별한 행보들을 살펴보면 FENDI가 생각하는 창의성과 특별함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다. 이렇게 극소량 제작되고, 조금은 비정상적일 수 있는 바게트백들이 기업의 매출이나 실적에 크게 도움이 될까? 아닐 것 같… 아니라고 해도, 이런 의미있는 행보들이 바게트백들을 워너비백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특히나 패션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보다 특별해보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말이다. 펜디가 정의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란 이런 것 이다.
펜디 바게트백 Archives
1997년부터 지금껏 펜디에서 출시한 바게트 백의 디자인은 약 1000여가지가 넘는다. 재밌지 않은가? 그 어떤 명품하우스의 제품 중 이렇게 고유의 디자인 안에서 끈임없이 새로운 것을 내놓은 제품이 있을까.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펜디는 더블 F 금장 장식과 숄더끈으로 만들어진 디자인 안에서 매시즌마다 끈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만약 바게트백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다른 럭셔리 백들 처럼 결혼식과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같은 가방을 든 사람을 마주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2012년에는 “바게트”를 출간하고 그간의 의미있는 250여가지 아카이브에 대해 소개했다. 100% paper라고 정확히 적혀있다. 혹시 다른 게 들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말자
그 때 이후로 또 다시 무려 10년이나 더 흘렀다. 그동안 재미있는 시도가 많았고 매시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의미있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이 정도면 개정판을 기대해도 될 것 같은데 과연 나올까.
우리가 함부로 옷장을 정리해서는 안되는 이유. 처음 혜성처럼 등장했던 펜디 바게트백의 불씨가 25년동안 꺼지지 않고 이제는 FENDI의 시그니처로, 90년대의 아이코닉백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많은 브랜드에서 ‘바게트 백’이 출시되고 있고 가방에 대해 정의하는 숄더백, 토드백 같은 이름 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된 “바게트 백”, 오늘은 그 Original, 펜디 바게트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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