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높은 럭셔리 하우스라고 해도 제품 하나를 수백, 수천만원에 팔기까지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분주하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방은 물론, 의류, 향수라인까지 제품을 다각화하고, 스트릿 브랜드와의 콜라보나 인플루언서와 함께 하는 마케팅에도 힘을 쏟는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을 깬 이단아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있다. 바로 Delvaux. 델보의 시그니처 제품은 에르메스나 샤넬 같은 럭셔리 중에서도 하이엔드라는 브랜드들과 가격대를 나란히 한다. 이 때문에 구매의 순간에서 델보를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게 당연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델보를 선택한다. 델보를 소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세련된 착장에 델보의 시그니처 브리앙을 들고 있는 모습이 멋진 사람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많은 선택지들 중 델보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그 사람의 취향과 기준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델보에 대해 알아보자.
최초의 가죽 제품 럭셔리 하우스
DELVAUX
벨기에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Delvaux는 1829년에 설립되었다. 이는 벨기에의 역사보다 1년 먼저 시작되었고, 그 어떤 럭셔리 하우스보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그 이래로 지금까지 지나치게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잇다. 여전히 델보는 오직 가죽 가방 만을 제작하고 있으며 몇가지의 시그니처 제품은 오랜 시간동안 벨기에와 프랑스의 3개의 아뜰리에에서 숙련된 장인들의 손으로 생산되고 있다.
델보는 풍부하고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1829년 이래 3,000개가 넘는 핸드백 디자인을 탄생시켰으며, 오늘날까지 완성된 모든 새로운 제품의 상세한 설명과 스케치들을 델보의 황금 책, 르 리브르 도르 (Le Livre d’Or)에 기록하여 메종의 눈부신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델보’의 공식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델보는 자신들만의 아카이빙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1908년부터 회사 제품들의 등기소인 ‘황금의 책( Le Livre d‘Or)’을 제작해온 것도 델보의 오직 한가지 길에 대한 집착과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려 100년이 넘는 기간, 델보 역사의 모든 제품들이 이 책에 빠짐없이 그려져 있다.
진정한 타임리스 럭셔리, 브리앙
‘델보’에는 다른 명품과 달리 로고나 상징적인 패턴이 따로 없다. 하지만 델보의 제품들안에는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들이 숨어있다. 세련된 D모양의 버클 디테일, 상징적인 스티치 마감, 변치 않는 단순한 듯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가 가죽공장으로 시작해 의류로 나아가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핸드백 공방으로 남았다는 점만으로 델보는 차별화되는 가치를 지닌다.
특히, 델보의 시그니처백과 같은 ‘르 브리앙’이 디자인된 시기는 1958년으로, 당시 브뤼셀 엑스포에서 참가자들이 이 가방을 메고 있었다.지금까지 델보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그니처 백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1967년에 탄생한 ‘탕페트’는 ‘요팅(Yachting)’ 컬렉션으로 선보였던 이 백은 세일링이 유행하던 1960년대, 요트의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되었다.
1972년에 탄생한 Pin은 유연하고 가볍고 기능적인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북아프리카의 어느 화창한 오후, 한 마리 말의 목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건초백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은 이 핸드백은 1970년대의 자유로운 영혼을 완벽하게 담아 냈습니다.
그 외에도 델보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델보의 시그니처 제품들과 제품이 가진 스토리를 둘러볼 수 있다.
스윔에서 찾은 델보
델보에게 남은 숙제
어쩌면 델보는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델보의 브랜드 철학, 비즈니스적으로 앞으로 가고자하는 방향이 궁금하다. 명품에 대한 맹목적인 소비보다, 럭셔리 하우스가 가진 히스토리나, 브랜드 철학에 대해 관심 갖는다면 델보는 분명 매력적이고 탐나는 선택지이다. 개인적으로 대중적으로 무분별하게 소비되지 않고 이대로 변함없이 있어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욕심을 부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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